제주도 폐업 급증 (고물가, 바가지요금, 관광객 감소)
작년에 와이프와 제주도를 다녀왔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거에 북적이던 제주시내 거리가 한산했고, 마라도로 가는 배에는 저희 부부 포함해서 승객이 10명도 채 안 됐습니다. 한때 메스컴에서 유명했던 마라도 자장면 거리, 사람들로 가득 차던 그곳이 이렇게 조용할 줄은 몰랐습니다. 제주도가 지금 역대급 폐업 사태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그때 제가 목격한 풍경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도 고물가와 바가지요금, 관광객 이탈의 시작점
제주도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국내 여행지였습니다. 본토에서 느낄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과 자연환경 덕분에 사랑받아 왔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높은 물가와 바가지요금입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이번 여행에서 와이프가 좋아하는 회를 먹으러 횟집에 갔다가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바다 근처라서 당연히 회 가격이 저렴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서울보다 더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와이프가 제주도에는 갈치정식이 유명하다고 해서 갈치정식을 먹기로 했는데 이곳에서도 가격을 보고 놀라게 되었습니다. 가격이 비쌀것 이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실제로 메뉴판의 가격을 보니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갈치 한 마리로 찌개를 끓이고 반찬 몇 가지 주는데 8만 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식사 한끼 먹는데 8만 원이라는 가격은 좀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습니다.
이런 고물가 현상을 전문 용어로 '관광지 프리미엄(Tourist Premium)'이라고 부릅니다. 관광지 프리미엄이란 관광지에서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일반 지역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제주도의 경우 이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관광객들이 가성비를 따져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여행자들이 "제주도 갈 돈이면 차라리 해외로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관광협회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고물가와 바가지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상인들은 협조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평소에는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며 성수기에 한철장사를 하겠다고 가격을 더 올리니, 결국 관광객은 더 줄어들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소상공인 폐업률 급증, 3년 내 절반 이상 문 닫아
제주도의 소상공인 폐업 통계를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2021년 한 해에만 폐업한 업체가 11,792개에 달했으며, 제주도에서 새로 개업한 소상공인의 절반 이상이 3년 안에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1년 안에 문을 닫는 경우도 23.5%나 됩니다.
업종별 폐업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출처: 여행톡톡).
- 숙박 및 음식점업: 전체 폐업의 25.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 도소매업: 24.2%로 두 번째로 많은 폐업이 발생했습니다
- 부동산업: 17.4%로 세 번째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관광업과 직접 연관된 숙박·음식점업의 폐업률이 가장 높다는 점은 제주 관광산업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저도 제주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셔터가 내려진 가게들을 여러 곳 목격했는데, 그때는 단순히 비수기라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폐업한 곳들이었던 겁니다.
제주시 소상공인들의 수익률도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10곳 중 5곳 이상이 연매출 5,0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물류비용을 감당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생존을 위해 가격을 올리고, 그 때문에 손님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제주시에서는 망해가는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육성자금을 대폭 확대하여 약 35,000여 개 업체에 평균 112만 원의 이자를 줄여주는 지원책을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제주시관광협회 관계자는 "이것도 일시적인 도움일 뿐, 근본적으로 국민 여러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은 "소상공인들이 먼저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바뀌는 모습을 보면 우리 생각도 바뀔지 모르지만 현재는 아니다"라며 직접적으로 지적했습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서 호텔 근처의 상가지역을 돌아다녔는데 정말 한산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사람들도 별로 없고, 거리는 조용하고, 음식점을 찾다가 여기저기 공실이 많은 상가들도 보였습니다. 실제로 직접 보니까 폐업하는 상인들이 정말 많은것 같았습니다. 거리가 너무 썰렁해서 우리는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먹을것을 포장해서 호텔에서 편하게 먹기로 했었습니다.
마라도 여행기, 텅 빈 배에서 느낀 제주 관광의 현주소
제 와이프는 과거에 제주도에서 1년 정도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제주도를 정말 좋아합니다.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지금도 1년에 한 번쯤은 꼭 제주도를 여행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작년에도 저희 부부는 제주도 여행을 떠났고, 이번에는 마라도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마라도는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20~30분 정도 들어가야 하는 우리나라 최남단 섬입니다. 저도 마라도는 처음 방문해 봤는데, 배에 탑승한 순간 놀라웠습니다. 저희 부부를 제외하고 승객이 10명도 안 됐거든요. 예전에 TV에서 본 마라도는 자장면 거리로 유명해서 사람들로 북적이고, 배도 만석 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이 배가 저희 부부의 전세기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마라도에 도착해서 한때 인기가 많았던 짜장면집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주문해 먹었습니다. 솔직히 특별한 맛은 못 느꼈고, 그냥 평범한 중식당 맛이었습니다. 마라도는 섬이 워낙 작아서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주로 낚시하는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저희 부부는 낚시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관광객이 없어서 커피 전문점도 장사를 안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서 낚시 하는걸 구경했었습니다.
날씨가 맑았던 덕분에 멀리 한라산 정상 부근에 눈이 쌓여 있는 풍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경치는 정말 아름다웠지만, 관광객이 거의 없는 마라도의 모습은 제주 관광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제주도 전체가 이런 상황이라면, 폐업하는 식당과 숙박업소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결과일 겁니다.
제주도가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이민 정책의 실패로 보입니다. 중국인들의 투자이민이 활발해지면서 제주도 땅값과 물가가 급등했고, 그 여파로 여행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멀어진 겁니다. 한번 제주도를 찾았다가 비싼 물가를 직접 체험하면,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미래의 이익을 포기하는 상인들의 짧은 생각이 결국 지금의 제주도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고물가와 다른 여행객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저희 부부는 앞으로도 제주도를 여행할 계획입니다. 와이프가 제주도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물가가 너무 비싸서 부담되는 건 사실이기에, 앞으로는 제주도를 여행할때 여행 방식을 바꿔서 가성비 여행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주도가 다시 예전의 매력을 되찾으려면, 상인들이 먼저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실천하고 바가지요금을 없애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그래야 관광객들도 다시 돌아올 것이고, 폐업의 악순환도 끊을 수 있을 겁니다.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3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