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퍼플섬 (염전노예, 편의시설, 만리향)

신안 퍼플섬

신안 퍼플섬이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되면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보라색으로 뒤덮인 반월도와 박지도의 풍경은 분명 인상적이지만, 실제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편의시설 부족과 과거 염전노예 사건에 대한 불안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저도 지난 봄 아내와 함께 이곳을 다녀왔는데, 솔직히 처음 봤을 때의 감탄과 하루를 보내며 느낀 불편함이 공존했던 경험이었습니다.

퍼플섬이 보라색으로 물든 이유

신안군 자은면에 위치한 반월도와 박지도는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외지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섬이었습니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신안군에서는 이 두 섬을 보라색 테마로 꾸미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퍼플섬'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했습니다. 집 지붕부터 담벼락, 심지어 도로 분리대와 분리수거함까지 온통 보라색으로 칠해진 풍경은 확실히 인스타그램 감성을 자극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마을 곳곳에 라벤더, 자목련, 수국 같은 보라색 꽃들이 만개해 있었습니다. 특히 보라색 꽃 사이사이로 피어난 하얀 만리향(萬里香)이 인상적이었는데, 저도 꽃중에서 만리향을 제일 좋아하는 꽃인데, 이 꽃은 남해안에서는 길가에서 흔하게 피어나는 식물로 향기가 만 리를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꽃의 크기는 손톱 크기라서 작고 귀여워 아내가 너무 예쁘다고 해서 생수병에 만리향 가지를 꺾어와 지금도 집에서 키우고 있는데, 꽃을 볼 때마다 그때의 여행이 떠오릅니다.  

관광 인프라의 심각한 부족

퍼플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편의시설 부족입니다. 저희 부부는 미리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서 큰 불편은 없었지만, 현지에서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정말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섬 내부에는 편의점이 단 한 곳도 없고,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까지는 걸어서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 없이 방문한 관광객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습니다. 식당과 펜션, 카페는 몇 곳 있지만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약국이나 응급 의료시설도 찾기 어렵습니다. 관광 명소로 자리 잡으려면 최소한의 생활 인프라는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저는 전기자전거를 빌려서 섬을 한 바퀴 돌았는데, 이마저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밤이 되면 온 세상이 암흑으로 변합니다. 가로등이 거의 없어 달빛만이 길을 비추는데, 이런 환경이 로맨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안전 측면에서는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다만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었습니다(출처: 신안군청). 와이프는 퍼플섬에서 밤하늘에 별을 보고 우리가 도심에서는 볼수 없었던 별을 볼수 있어서 너무 감동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저도 밤하늘에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것이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수많은 별을 본것 같아서 너무 좋았던 기억입니다.

염전노예 사건의 그림자와 계절마다 다른 매력

퍼플섬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바로 신안 지역의 과거사입니다. 2014년 신안 염전노예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고, 이후에도 2016년 여교사 성폭행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신안이라는 지명 자체에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졌습니다. 물론 염전노예 사건이 발생한 신의도와 퍼플섬은 상당히 떨어져 있어 별개의 지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 관광객 입장에서는 '신안'이라는 같은 행정구역으로 묶여 인식됩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무리 예뻐도 그 과거를 생각하면 불안하다", "여자들끼리 가기엔 찝찝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방송에서 BTS의 상징색이 보라색이라는 점을 들어 BTS의 방문을 기대한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이미지 세탁을 위해 BTS까지 이용한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마을 주민들은 보라색 옷을 입고 친절하게 맞아주셨지만, 이런 논란들을 알고 나니 복잡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1. 신안 염전노예 사건은 2014년 발생한 장애인 강제노역 사건으로, 신의도 일대에서 발생했습니다.
  2. 퍼플섬(반월도·박지도)과 신의도는 약 30km 이상 떨어진 별도의 섬입니다.
  3. 하지만 같은 신안군 소속이라는 점에서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동일 지역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퍼플섬은 계절별로 다른 풍경을 선사합니다. 저는 봄에 방문해서 만개한 라벤더와 자목련을 볼 수 있었지만, 겨울에는 차가운 바닷바람과 함께 또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펜션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는 여유는 도시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이죠.

다만 겨울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섬 특성상 바람이 매우 강하고, 난방이 잘 안 되는 숙소도 있어 방한 용품을 충분히 챙겨야 합니다. 또한 겨울철에는 배편이 기상 상황에 따라 결항될 수 있어, 여유 있는 일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꽤 쌌던 기억이 있는데, 겨울에는 체감온도가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가 퍼플섬을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했다는 소식에 일부 누리꾼들은 "유엔이 신안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국제적 인증이 오히려 지역 이미지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러려면 실질적인 인프라 개선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출처: UNWTO).

퍼플섬은 분명 사진으로 담기에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저도 아내와 함께 수백 장의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실제 여행지로서의 만족도는 방문객마다 크게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편의시설 부족을 감수하고 자연과 고요함을 즐기려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지만, 편안한 여행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극복 하는것에  대한 지역사회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방문을 고려 중이시라면 충분한 정보 수집과 준비를 하신 후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3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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