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풍경 여행지 (핑크호수, 칠채산, 육백마지기)
저도 처음엔 사진으로만 봤을 때 포토샵으로 합성한 게 아닌가 의심했습니다. 핑크색 호수라니, 일곱 가지 색깔의 산이라니 도무지 현실 같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이런 곳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저 역시 국내에서 비슷한 감동을 느낀 적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해외의 신비로운 풍경들과 함께 제가 직접 경험한 국내 명소까지, 그림 같은 여행지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스페인 핑크호수와 베네수엘라 카타툼보 번개
스페인 또레비에하라는 작은 도시에는 정말 신기한 호수가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누가 분홍색 물감을 쏟아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이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풍경이라는 게 놀랍습니다. 이 호수가 핑크색을 띠는 이유는 미생물 때문입니다. 호수 바닥에 깔린 굵은 소금을 먹기 위해 모여든 미생물들이 자신을 보호하려고 붉은색 색소를 만들어내면서 물 전체가 핑크빛으로 변한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호수에서 몸이 잘 뜬다는 사실입니다. 염분 농도가 높아서 사해(死海)처럼 물에 누워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바닥에 굵은 소금이 널려 있어서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이 베일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저도 언젠가 직접 가서 이 핑크빛 호수에 둥둥 떠 있는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마라카이보 호수에서는 1년에 약 200일 동안 번개가 치는 놀라운 자연현상이 일어납니다. 하루에 280회 이상 번개가 내리치는 날도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하늘이 갈라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런 현상을 기상학 용어로 '열대 저기압성 뇌우(thunderstorm)'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특정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번개 구름을 뜻합니다.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지형적 요인입니다. 마라카이보 호수와 카타툼보 강이 만나면서 습도가 높아지고, 여기서 형성된 번개구름이 안데스 산맥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계속 번개를 만들어낸다는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번개 투어' 상품도 있습니다. 낮에는 차를 타고 안데스 산맥을 둘러보고, 저녁에는 호수 위 선상 숙소에서 자연이 만들어내는 번개쇼를 감상하는 1박 2일 코스입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이곳에서 번개 치는 모습은 정말 신비롭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외계인이 번개를 만드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지금 지구에 살고 있지만 정말 신비롭고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자연현상은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구름이 비를 만드는데 엄청난 수증기를 머금고 있다는 것도 정말 신비롭게 생각을 합니다. 엄청난 무게의 물이 구름속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연의 신비로움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 마라카이보 호수와 카타툼보 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습한 공기가 형성됩니다
- 습한 공기가 상승하면서 번개 구름이 만들어집니다
- 안데스 산맥이 구름을 가로막아 같은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번개가 칩니다
- 이 현상이 1년에 200일 이상 지속되면서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습니다
중국 칠채산과 초콜릿을 닮은 필리핀 보홀
중국 간쑤성 장예시에 있는 칠채산은 이름 그대로 일곱 가지 색깔을 자랑하는 산입니다. 중생대부터 쌓인 퇴적암이 오랜 시간 풍화와 침식을 거치면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지질학에서는 이런 지형을 '단샤 지형(Danxia landform)'이라고 부르는데, 붉은 사암층이 다양한 색을 띠며 형성된 독특한 지형을 말합니다.
비 오는 날 칠채산을 방문하면 빗물이 암석 표면을 적시면서 색깔이 더욱 선명해진다고 합니다. 반대로 날씨가 맑은 날에는 햇빛을 받아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초여름부터 가을 사이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데, 특히 노을 질 무렵에 가면 노을빛과 어우러진 칠채산의 색 변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 보홀에는 또 다른 신기한 풍경이 있습니다. 바로 초콜릿 힐인데요, 키세스 초콜릿을 닮은 언덕 1268개가 모여 있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제대로 감상하려면 해발 550미터 높이의 전망대에 올라가야 하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정말 장관이라고 합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세부에 밀려 덜 알려진 숨은 명소로 통하지만, 연인들이 꼭 가야 할 데이트 코스로 유명합니다.
지구에서 볼수있는 초현실적인 풍경
- 스페인 핑크 호수 : 미생물이 만든 동화같은 분홍빛 물결
- 베네수엘라 카타툼보 : 1년에 200일 이상 번개가 치는 곳
- 중국 칠채산 : 무지개를 보는듯한 단샤 지형
- 필리핀 초콜릿 힐 : 1268개의 거대한 키세스 초콜릿 언덕
육백마지기에서 만난 쏟아지는 별들
저는 캠핑을 즐기는 편인데, 주로 경치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캠핑을 합니다. 그중에서도 강원도 평창에 있는 육백마지기 전망대에서 차박했던 경험은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이곳은 캠핑은 불가능하지만 스텔스 차박은 가능한 곳입니다. 스텔스 차박이란 텐트를 설치하지 않고 차량 안에서만 머물며 잠을 자는 방식을 말하는데, 캠핑 장비를 꺼내 놓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편하지만, 차 안에서 잠을 자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영하로 떨어지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겨울에도 차박이 가능한 난방장치를 갖추고 있어서 문제는 없었지만, 와이프와 둘이 차에서 잠을 자려니 공간이 좀 좁았습니다. 그래도 차량 뒷좌석을 앞으로 접으면 평탄화가 되어서 두 명이 편안하게 누울 수 있을 정도는 됐습니다.
이곳에서는 음식 조리가 금지되어 있어서 저희는 육백마지기로 올라오기 전에 저녁을 먹고, 야식으로 먹을 송어회를 포장해서 가져왔습니다. 제가 육백마지기에 온 목적은 와이프에게 별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과 은하수를 직접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다행히 날씨가 맑아서 별이 정말 잘 보였습니다.
해가 지고 늦은 밤이 되자 주변은 완전한 암흑이었습니다. 도심지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오직 차량의 라이트와 랜턴 불빛만 있을 뿐, 다른 불빛은 전혀 없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와이프는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서울 도심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가 너무나 또렷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주위에 불빛이 하나도 없으니 별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는데, 천체 망원경이 없는 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저희는 별을 보면서 낮에 포장해온 송어회와 와인을 곁들여 마시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와이프가 문득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렇게 많은 별이 있는데, 우주에는 생명체가 우리 지구밖에 없는 걸까?" 저도 순간 똑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주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항성과 행성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다른 생명체가 하나도 안보이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 넓은 우주 공간에 생명체가 우리만 있다는 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마 우주의 크기가 너무 방대해서 생명체들이 서로 만나기 힘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를 발사한 지 거의 50년이 되었는데, 이제 겨우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합니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빛의 속도로 갈때 250만 년이 걸린다고 하니, 우주의 크기는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출처: NASA).
와이프와 별을 보며 이런 대화를 나눈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해외의 신비로운 풍경들도 멋지지만, 국내에도 이렇게 감동적인 장소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했습니다. 여행은 먼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히 일상을 벗어난 경험을 할 수 있고, 그 순간이 주는 감동은 어디든 똑같습니다. 별을 감상하기에 좋은 또다른 장소는 영양 반딧불이 생태공원이 있는데 이곳은 천문대가 있어서 별을 좀더 자세히 관찰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이곳으로 별을 보러 갈 예정입니다.
해외든 국내든 그림 같은 풍경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줍니다. 스페인의 핑크호수나 중국의 칠채산처럼 해외 명소도 좋지만, 당장 주말에 가까운 육백마지기 같은 곳을 찾아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순간 우리가 느끼는 감동과 그 경험이 남기는 기억입니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정하실 건가요? 지금 당장 떠날 수 있는 가까운 곳부터 계획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3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