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중국 송환 (판다 대여, 보호소, 사육 방식)

판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에버랜드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이 푸바오를 보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시간을 냈는데, 막상 가보니 올해 3월이면 중국으로 떠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더군요. 집에 와서 찾아보니 푸바오 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판다가 중국 정부 소유로 분류되어 있고, 대여 계약 조건에 따라 일정 시기가 되면 반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츄르를 챙겨주는 걸 좋아할 정도로 동물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푸바오가 돌아갈 중국 보호소의 실태를 알고 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판다 대여 제도의 구조와 송환 배경

자이언트 판다(Giant Panda)는 전 세계적으로 약 1,800마리만 남아있는 멸종 위기종 입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이 종을 '취약(Vulnerable)'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판다의 보존과 관리를 위해 모든 개체를 국유 자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쉽게 말해 어디서 태어났든 판다는 중국 소유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푸바오의 부모인 아이바오와 러바오는 2016년 시진핑 주석의 방한 당시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이건 선물이 아니라 15년 대여 계약이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역시 중국 소유로 분류됩니다. 푸바오는 2020년 7월 국내에서 자연번식을 통해 태어난 첫 판다인데, 생후 4년이 지나면 성성숙기(Sexual Maturity)에 접어들기 때문에 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게 계약 조건입니다. 성성숙기란 동물이 생식 능력을 갖추는 시기를 뜻하는데, 판다의 경우 암컷은 4~5세, 수컷은 6~7세경에 이 단계에 도달합니다.(출처: ScienceDirect).

제가 에버랜드에서 직접 봤을 때 푸바오는 사육사 품에 안겨 정말 아기처럼 행동했습니다. 강철원 사육사가 대나무를 건네면 앞발로 꼭 붙잡고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와이프와 아이들이 연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중국으로 가면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인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사람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 적응하기가 힘이 들듯이 동물도 생활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 판다 보호소의 열악한 실태

중국의 판다 보호소는 시설과 사육 방식 면에서 국제적인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쓰촨성에 위치한 비평사 판다 보호소(Bifengxia Panda Base)는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2013년 태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린빙이라는 판다의 머리 위로 대나무를 거칠게 떨어뜨리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중국 네티즌들조차 "저게 사육이냐"며 분노했습니다

더 심각한 건 과거 푸바오의 어미인 아이바오를 때리며 사육했던 사육사가 여전히 비평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물 복지(Animal Welfare) 측면에서 보면 이는 명백히 학대에 해당하는 행위인데, 해당 인물이 징계 없이 계속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 내부에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동물 복지란 동물이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비평사 판다 보호소: 거친 급식 방식과 학대 논란으로 악명 높음
  • 청두 판다 번식연구기지: 상대적으로 나은 환경이지만 과밀 수용 문제 지적
  • 워룽 자연보호구: 2008년 대지진 이후 재건됐으나 사육사 전문성 논란

제가 동네에서 길고양이들에게 츄르를 줄 때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겁먹지 않도록 낮은 자세로 손을 내밉니다. 판다도 길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데 사육사들이 거칠게 다루는 건 동물 입장에서 엄청난 스트레스일 겁니다. 실제로 중국 보호소의 많은 판다들이 마른 체형을 보이고 있어 "저게 자이언트 판다 맞나" 싶을 정도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한국식 사육 방식과 국제적 반응

에버랜드의 판다 사육 방식은 국제적으로도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강철원 사육사를 비롯한 국내 사육팀은 판다의 행동 풍부화(Behavioral Enrichment)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행동 풍부화란 동물이 야생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유도하고, 정신적 자극을 제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사육 기법 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자연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언젠가는 판다들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대나무를 여러 높이에 배치해 푸바오가 오르내리며 먹도록 유도하고, 얼음 속에 과일을 넣어 탐색 본능을 자극하는 식입니다. 제가 직접 관람했을 때도 사육사가 푸바오를 안아 올릴 때 마치 아기 다루듯 조심스럽게 받쳐주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 정도 애정이면 푸바오도 사육사를 엄마처럼 따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도 이런 장면을 보고 "중국 판다는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한국 사육사를 중국으로 스카우트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푸바오의 남자친구를 한국으로 보내면 안 되냐"는 댓글까지 달릴 정도였습니다. 이는 중국 내부에서도 자국 보호소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에버랜드를 떠나면서 아이들에게 판다 인형을 사줬을 때,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게 가족의 행복이구나" 싶었습니다. 판다를 관람하고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에게 식사를 하기 위해서 식당에 가서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식사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우리 가족은 푸바오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이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말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에버랜드에서 봤던 사육사들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똑같은 마음으로 판다를 키우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판다를 키우는 사육사 뿐만 아니라 모든 사육사들이 같은 생각으로 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런 생각과 동시에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곳에서도 행복을 계속 누릴 수 있을지 걱정도 됐습니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계약상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송환 후 사육 환경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푸바오의 송환 시기가 다가오면서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가족과 함께 에버랜드에서 푸바오를 보며 느꼈던 따뜻한 감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계약 조건상 돌려보내야 한다는 건 이해하지만, 적어도 푸바오가 중국에서도 한국에서 생활했던것 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에버랜드 공식 채널을 통해 푸바오의 근황을 확인하실 수 있고, 송환 이후에도 중국 측과 협력해 푸바오의 상태를 공유받을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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