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객 급증 (한일교류, 가성비 여행, 여행 매너)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이 158만 명을 넘어서며, 11년 만에 외국인 관광객 비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노재팬' 운동이 전국으로 번졌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변화입니다. 저도 최근 명동이나 홍대를 걸을 때마다 일본어를 쓰는 젊은 여행객들을 정말 많이 마주치는데, 이 통계를 보니 제 경험이 단순한 체감이 아니었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한일교류: 노재팬에서 MZ세대 관광객으로 (한국 여행에 빠진 일본 젊은이들)

일반적으로 정치적 갈등이 심하면 민간 교류도 끊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됐고, 서울 한복판에 '노재팬' 배너가 걸릴 정도로 반일 감정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는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반응이 미지근했습니다.

저희 부부도 엔저 현상으로 일본 여행을 자주 가는데,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보다 일본을 여행할때 비용 절감 효과가 큽니다. 인천에서 도쿄까지 비행시간이 한 시간 반 정도라 주말에 다녀오기도 부담이 없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출처: 한국관광공사)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가와 제품, 여행 소비를 따로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저도 일본을 여행하면서 정치와 개인 생활을 분리해서 생각하게 됐는데, 이런 변화가 양국 관광객 증가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일본인 중 여성 비율이 66.2%에 달했고, 특히 20대 여성이 27%, 30대 여성이 9.1%를 차지했습니다. 세 명 중 한 명이 MZ세대 여성인 셈입니다. 같은 연령대 남성과 비교하면 무려 3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일본 MZ세대 사이에서는 코로나19 기간 중 '도한놀이(渡韓놀이)'라는 독특한 트렌드까지 생겼는데, 이는 일본에서 한국 분위기를 연출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놀이 문화입니다.

BC카드 분석 자료에 따르면(출처: BC카드) 2023년 방한 주요 국가 중 일본 매출 건수 비중이 19.5%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미국 16.6%, 중국 12.8%, 대만 11% 순이었습니다. 2019년 중국이 50.7%로 압도적 1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여기서 '매출 건수 비중'이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카드 사용 건수 중 특정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한다는 뜻입니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과거처럼 명동이나 남이섬 같은 대표 관광지만 찾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성수동, 연남동, 가로수길 같은 SNS 핫플레이스나 부산의 신규 카페를 주로 방문합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데이터가 알려주는 일본인이 선호하는 한국의 여행 콘텐츠 2023' 보고서를 보면 '맛집(카페)'가 상위권에 있었고, 한국을 찾고 싶은 이유로 '먹을거리가 많아서'라고 답한 비율이 18.5%로 가장 높았습니다.

2023 방한 관광 트랜드

  • 국가별 매출 건수 1위: 일본(19.5%), 중국(12.8%)을 제치고 소비 주역으로 부상함
  • 핵심 소비층: 2030 MZ 새대 여성 (일본 관광객의 약 36%)
  • 선호 콘텐츠: 명동 위주에서 성수동, 연남동 등 SNS 핫플레이스와 로컬 맛집으로 변화

엔저현상: 가성비 여행의 진짜 이유

일본인 여행객이 한국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솔직히 K-문화보다 엔저 현상입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미국이나 유럽 여행에 부담을 느낀 일본인들이 차선으로 한국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유럽 여행 1번 가는 비용으로 한국을 다섯 번 갈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듯이 한국인들이 일본을 찾는 이유도 명확합니다. 

저희 부부도 정확히 같은 이유로 일본 여행을 자주 갑니다.저는 도쿄 같은 대도시를 방문하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동양인 특유의 감성과 비슷한 외모 덕분에 이질감이 전혀 없습니다. 와이프와 일본 거리를 걸어갈 때 우리가 한국 사람인 걸 일본인들은 알아채지 못합니다. 유럽 여행할 때는 우리 부부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시선을 받을 일이 전혀 없어서 정말 편했습니다.

일본 여행의 장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접근성: 인천에서 도쿄까지 비행시간 1시간 30분으로 주말 여행 가능
  2. 물가: 엔저 현상으로 숙박, 식비, 교통비 등 전반적인 여행 경비 절감
  3. 편의성: 편의점 카드 결제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유사해 이용이 편리
  4. 문화적 유사성: 동양 문화권 특유의 감성으로 이질감 없이 여행 가능

다만 일본의 일부 식당은 아직도 현금만 받는 곳이 있습니다. 특히 가업으로 물려받아 운영하는 전통 식당은 카드 결제가 전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본 여행할 때 어느 정도 현금은 반드시 준비해야 난처한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여행 매너: 한국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저희 부부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인사말이나 주문할 때 쓰는 간단한 표현은 미리 숙지하고 여행합니다. 모르는 단어는 메모장에 적어서 가지고 다니는데, 번역기 대신 일본어로 먼저 물어보면 일본 사람들도 천천히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걸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이 한국어로 물어보면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들고 더 친절하게 대답해주게 됩니다. 제가 일본에서는 외국 사람이기 때문에 똑같은 입장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단어나 인사말 정도만 그 나라 언어로 말해도 상대방이 기분 좋아하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해외여행을 할 때는 비록 개인이 여행하는 것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잘못된 행동은 우리나라 전체를 욕먹이는 행동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항상 매너 있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길을 가다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 당시에 문체부 박보균 장관은 "최근 K컬처와 한국 여행에 대한 일본 Z세대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양국 사이를 실감하게 한다"며 "한국 여행을 통한 한일 양국의 미래세대 교류는 서로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단단한 우정과 신뢰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일본 남성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고독한 미식가'의 마사유키 작가를 초청해 서울 서촌, 을지로, 삼청동 맛집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희도 일본 여행을 자주 다녔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습니다. 와이프와 저는 여행이 취미라서 국내 여행과 일본 여행을 주로 다니는데, 여행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성비를 따지게 되고 소비하는 여행보다는 실속 있는 여행을 추구하게 됩니다. 양국 관광객 모두 정치적 갈등과 개인 여행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일 관광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3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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