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등산코스 (청와대, 백악마루, 창의문)


청와대 북악산 개방

54년 동안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던 북악산 청와대 구간이 2022년 완전히 개방됐습니다. 청와대에서 곧장 북악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열린 것은 1968년 1.21사태 이후 처음입니다. 저도 와이프와 함께 이 코스를 다녀왔는데,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깊은 숲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휴대용 커피 메이커까지 챙겨간 이날 등산은 54년 역사의 무게와 서울 전경을 동시에 품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청와대에서 백악정까지, 대통령들이 걸었던 숲길 

북악산 등산은 청와대 춘추관 옆 담장길에서 시작됩니다. 저희는 종로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서울 시내 한복판이라 오전 일찍 서둘러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청와대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도 평일 아침인데 등산객들이 제법 많이 보였습니다.

춘추관에서 약 20분 정도 경사진 포장길을 오르면 백악정(출처: 문화재청)에 도착합니다. 백악정은 한자로 白岳亭, 즉 '흰 바위 산의 정자'라는 뜻인데, 이곳은 전임 대통령들이 산책을 즐기던 쉼터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이곳에는 세 그루의 의미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북악산 등산은 청와대 춘추관 옆 담장길에서 시작됩니다. 초입부터 경사가 꽤 가파르지만, 포장이 잘 되어 있어 걷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약 20분 정도 오르면 전임 대통령들의 쉼터였던 **백악정(白岳亭)**에 도착합니다.

  • 대통령 식수: 오른편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휘호 여사가 함께 심은 느티나무가, 왼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식수한 서어나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사람들이 이 장면을 형이 동생 손을 잡아주는 모습에 비유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100m쯤 떨어진 곳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심은 은행나무도 볼 수 있습니다.

백악정까지 오르는 길은 포장이 잘 돼 있지만 경사가 상당합니다. 저희 부부는 등산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구간에서는 숨이 꽤 차올랐습니다. 특히 제가 준비해 간 휴대용 커피메이커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배낭이 묵직했습니다. 그래도 와이프가 좋아하는 스타벅스 캡슐 커피를 산 위에서 직접 내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기꺼이 짊어지고 올랐습니다.

백악마루와 청운대, 서울을 품은 정상의 풍경

백악정을 지나면 본격적인 자연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얼마 걷지 않아 갈래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길로 가면 청와대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 전망대는 해발 고도가 그리 높지 않은데도 시야가 탁 트여 있어서, 청와대의 푸른 기와 지붕부터 경복궁, 광화문 일대, 남산, 심지어 관악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저는 풍수지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전망대서 서울을 내려다보는 순간 왜 조선시대 사람들이 이곳을 명당으로 택했는지 본능적으로 이해가 됐습니다. 시원하게 뻗어나간 산자락과 넓게 펼쳐진 시가지의 조화가 압권이었습니다.

능선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한양도성 성곽과 만나게 됩니다.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청운대와 백악마루가 차례로 나타납니다. 청운대는 해발 293m로, '푸른 구름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양도성에서 조망이 가장 뛰어난 지점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쪽으로 경복궁과 광화문, 세종로 일대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북악산의 정상인 백악마루는 해발 342m입니다. 수치상으로는 그리 높지 않지만, 주변에서 가장 우뚝 솟은 봉우리여서 서울 중심부를 완전히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저희는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봤는데, 외국인들이 한국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 제가 살고 있는 곳 주변에 북악산을 비롯해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이 있다는 게 정말 행운처럼 느껴졌습니다.

백악마루와 청운대 중간쯤에는 1.21 사태 소나무가 있습니다. 수령 200년 된 이 소나무에는 1968년 북한 무장공비 침투 사건 당시 총격전에서 생긴 총탄 자국 15개가 지금도 붉은 점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이 소나무를 보는 순간, 이 평화로운 등산로가 불과 50여 년 전까지는 총성이 울렸던 곳이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났습니다.

  1. 청운대(해발 293m): 한양도성 최고의 조망 포인트, 경복궁과 광화문 전경
  2. 백악마루(해발 342m): 북악산 정상, 서울 중심부 360도 파노라마 뷰
  3. 1.21 사태 소나무: 수령 200년, 총탄 자국 15개가 남은 역사의 현장

창의문까지, 한양도성을 따라 내려오는 길

백악마루를 지나면 창의문으로 향하는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됩니다. 한양도성 성벽을 따라 나무 계단이 이어지는데, 경사가 상당히 급해서 무릎에 부담이 갑니다. 중간중간 백악마루 쉼터, 돌고래 쉼터 같은 휴게 공간이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쉬어가는 게 좋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저는 계속 한양도성 성벽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이렇게 무거운 돌을 옛날 조상들이 어떻게 이 높은 산에 쌓아 올렸는지, 성벽을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과거의 축성기술로 이런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조상들의 지혜에 머리가 숙여집니다.한양도성은 조선시대 축성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재로, 험준한 지형에도 불구하고 약 18.6km에 달하는 성곽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마침내 창의문에 도착했습니다. 창의문은 한양도성 사소문 중 서북쪽에 위치하며, 양주와 고양 방면으로 향하는 주요 교통로였습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영조 17년(1741년)에 다시 세워진 것으로, 사소문 중 유일하게 조선시대 문루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곳입니다.

저희는 창의문 앞 돌 위에 앉아서 잠시 쉬면서 준비해 온 휴대용 커피메이커를 꺼냈습니다. 스타벅스 캡슐커피를 넣고 따뜻한 물을 부어 와이프에게 커피를 만들어줬는데,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마시는 이 커피 한잔의 여유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커피 향기가 숲속 공기와 어우러지며 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저희처럼 겨울 등산을 좋아하는 부부에게는 이런 작은 행동은 큰 행복이 됩니다.

창의문 아래에는 1.21사태 당시 북한군과 교전 중 사망한 경찰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평화로운 등산을 마무리하는 순간, 다시 한번 이 길이 품고 있는 역사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북악산 등산을 마치고 저희는 동대문시장의 닭한마리 골목으로 향했습니다. 등산으로 지친 몸을 따뜻한 국물로 보상하는 것도 서울 등산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다른 음식을 먹으려고 했는데 와이프가 닭 요리를 좋아해서 닭한마리로 결정을 했습니다.

등산을 마친 후 허기를 달래줄 주변 맛집 리스트입니다.

  • 서촌 방향: 잘빠진메밀(막국수), 서촌가락(막걸리), 대선칼국수

  • 부암동 방향: 소소한 풍경, 자하손만두

  • 종로 방향: 동대문 닭 한 마리 골목 (우리 부부가 갔던 음식점!)

54년 만에 개방된 북악산 청와대 코스는 단순한 등산로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역사 교육장이자 서울의 숨겨진 보물 같은 공간입니다. 높이는 342m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풍경의 깊이는 어떤 산보다 묵직했습니다. 제가 직접 등산을 해본 결과, 이 코스는 초보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난이도이고, 역사적 의미와 서울시내 조망의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서울 등산 코스였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진 요즘 같은 시기에 방문하면, 맑은 공기와 함께 더욱 선명한 서울의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3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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