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벌목, 주민갈등, 관광명소)

은행나무 벌목

저희 부부가 경주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을 찾았을 때, 한쪽에만 남은 은행나무들이 만들어낸 노란 터널을 보며 "이게 다 사라질 수도 있다니" 하는 씁쓸함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이곳은 개인이 50년 넘게 사비로 가꿔온 곳인데,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결국 벌목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가보기로 했습니다. 가을이면 하루 1만 3천 명이 찾던 경주의 핫플레이스가 왜 사라지게 됐는지, 그 이유를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이 가꾼 50년 은행나무숲, SNS로 입소문 타다

경주시 서면 도리마을은 원래 아는 사람만 찾던 조용한 동네였습니다. 1970년대부터 이곳 토지 소유주인 김 씨의 선조들이 묘목 판매 목적으로 은행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김 씨는 그 나무들을 50년 넘게 관리해 왔습니다. 입장료도 받지 않았습니다. SNS를 통해 가을 단풍 사진이 퍼지면서 이곳은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은행나무 한 줄이 만들어낸 노란 카펫 위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이 꽤 있었습니다. 와이프도 그 풍경에 반해서 여러 포즈를 취했고, 저는 계속 셔터를 눌렀습니다. 이곳에 와서 보니까 노랗게 물들어 있는 은행잎들이 정말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기도 했었습니다. 왜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직접 와서 보니 알 것 같았습니다. 이곳 은행나무숲은 가을 절정기가 되면 하루 4천여 대 차량과 1만 3천여 명이 찾았다고 하니, 이곳이 얼마나 인기 있는 명소였는지 짐작이 갑니다.

관광 자원화(觀光資源化)란 지역의 자연·문화적 요소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은 개인 소유지였지만, SNS 입소문을 타며 자연스럽게 경주의 주요 관광 자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을 주민들도 가을이면 농산물 장터를 열어 관광객들에게 지역 특산물을 팔았고, 이는 마을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갈등이 숨어 있었습니다. 수년간 마을 주민 일부는 은행나무 그늘 때문에 마늘 등 작물이 피해를 본다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조망권(眺望權) 침해도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조망권이란 건물이나 토지 소유자가 주변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높게 자란 은행나무들이 주민들의 시야를 가린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주민 민원과 경주시 미온적 대응, 결국 벌목으로

김 씨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2022년 3월 이미 1천여 그루를 벌목했습니다. 500평 규모의 은행나무 군락지 한 곳이 통째로 사라진 겁니다. 그럼에도 민원은 계속됐고, 경주시는 피해 주민의 농지를 매입해 주차장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듣고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이미 한쪽 은행나무들은 사라지고 잘린 나무들이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남아있는 나무들마저 조만간에 베어질 상황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50년 수령의 나무들이 한순간에 땔감으로 쓰이게 된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인터뷰에서 "십 수년간 개인 비용으로만 숲을 관리해 왔는데, 주민들의 비협조와 경주시의 소극적 태도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일조권(日照權)이란 햇빛을 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개념입니다. 주민들은 은행나무 그늘로 인해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햇빛이 차단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나무들은 1970년대부터 자리 잡고 있었고, 그동안 주민들이 조용히 지내다가 관광객이 늘어난 최근 몇 년 사이 갑자기 민원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습니다.

경주시의 대응도 문제였습니다. 김 씨는 여러 차례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지원을 요청했지만, 경주시는 구체적인 실행 없이 약속만 반복했습니다.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인 보호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겁니다. 결국 2024년 1월, 50년 수령 은행나무 수십 그루가 처참히 베어지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됐습니다(출처: 경북일보)

경주 여행의 양면성: 첨단 기술과 사라지는 자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소식에 안타까운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아직 가보지도 못했는데 사라진다니", "50년간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조망권 보상 얘기를 하냐", "무능한 행정력과 지역 이기주의의 합작품" 같은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제가 직접 가봤을 때도 이곳은 충분히 경주의 대표 관광지로 키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경주 여행 중 십원빵도 먹고, 저녁에는 첨성대에서 미디어 파사드(조명으로 건축물에 그림을 투사하는 기술)도 봤습니다.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란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이나 프로젝터를 활용해 영상을 투사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눈앞에서 조명으로 인해서 변하는 첨성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몰랐었습니다. 저희가 첨성대에서 본 야간 조명 이벤트는 전통 문화재와 현대 기술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인상적 모습이었습니다. 경주에서는 야간에 드론쇼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에는 아쉽게도 드론쇼는  볼 수 없었습니다. 경주는 현대 기술과 전통 문화재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였습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곳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유적지를 돌아다니는 것도 정말 편했고, 저보다 와이프가 전기자전거를 타며 정말 좋아했습니다. 

경주시가 이런 현대적 콘텐츠에는 투자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광 명소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경주에는 또 다른 명소가 있는데 은행나무숲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숲이 사라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소식은 경주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저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꼭 짚고 싶습니다:

  1. 김 씨는 50년 넘게 사비로 숲을 가꾸며 입장료도 받지 않았습니다. 마을회관까지 기증한 분입니다.
  2. 주민들의 일조권 주장은 이해하지만, 나무가 심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난 뒤에 갑자기 제기됐다는 점에서 의문이 듭니다.
  3. 경주시는 관광자원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인 보호나 지원은 하지 않았습니다.
  4. 가을철 하루 1만 3천 명이 찾던 명소가 사라지면, 경주 관광 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저는 이번 일이 단순히 나무 몇 그루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개인이 수십 년간 정성 들여 가꾼 공간이 공공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지자체의 무관심과 일부 주민의 이기심이 그 가능성을 막아버린 겁니다. 경주에는 불국사, 석굴암 같은 유명 관광지도 많지만,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처럼 자연스럽게 형성된 명소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만약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방문할 계획이라면 다음 내용을 참고하세요.

  • 현재 상황: 이미 상당수 나무가 벌목되었으며, 남은 구역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 주차 정보: 마을 입구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며, 주민들의 거주 공간이므로 소음에 주의해야 합니다.

  • 관전 포인트: 잘려 나간 나무 밑동과 여전히 아름다운 노란 잎의 대비를 보며, 환경 보존과 공익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됩니다.

정리하면,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의 벌목은 여러 문제가 얽힌 결과입니다. 저는 경주시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주민 보상과 관광 자원 보존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남은 나무들을 보존하고, 김 씨에게 정당한 보상과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저희 부부처럼 그곳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 사람들이 정말 많을 테니까요. 혹시 아직 가보지 못하신 분들이 있다면, 남아있는 은행나무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한 번쯤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3708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제주도 평상 갑질 (6만원, 서울 삼겹살, 관광업계)

비행기 더러운 곳 (테이블, 좌석 포켓, 화장실 버튼)

제주도 폐업 급증 (물가, 관광객, 숙박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