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시장 물가 (합리적인 가격, 차이점, 생존 전략)
경동시장에서 순대 1kg에 4,000원, 꼬마김밥 25개에 4,500원이라는 가격표를 봤을 때 저는 10년 전 물가로 돌아온 기분이었습니다. 광장시장에서 바가지요금을 경험한 직후였기에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같은 서울 시내 전통시장인데도 가격 차이가 5배 가까이 벌어지는 현상,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시장의 운영 방식과 상인들의 태도가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광장시장 바가지요금, 경동시장의 합리적인 가격
광장시장은 최근 몇 년간 바가지요금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제가 직접 방문했을 때도 순대 한 그릇을 주문했는데 상인이 임의로 더 비싼 모둠순대로 바꿔서 내놓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른바 '메뉴 바꿔치기' 수법인데, 손님이 순대만 주문했는데도 내장을 섞은 모둠순대를 주면서 1만원을 받는 식입니다.
더 황당한 건 외국인 관광객에게 모둠전 10조각에 1만 5천원을 받았다는 사례였습니다. 여기서 모둠전이란 부침개의 여러 종류를 섞어 판매하는 메뉴를 뜻하는데, 일반적인 전통시장에서는 같은 가격이면 최소 20조각 이상을 제공하는 게 상식입니다. 이 논란이 확산되자 종로구와 광장시장 상인회는 정량 표시제와 서비스 교육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지만, 제가 최근 다시 방문했을 때도 여전히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매장들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단순한 개별 상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매장이 동일하게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카드 결제를 받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건 상인들 간 담합이 의심되는 부분입니다(출처: 투어톡톡). 저도 광장시장에서 여러 매장을 둘러봤는데, 가격대가 거의 비슷하고 모두 현금 결제를 유도하더군요.
지난번에 와이프와 경동시장을 갔었습니다. 종로에 있는 광장시장에 갔다가 바가지요금을 부르는 곳이 많아서 솔직히 이렇게 비싸게 받는데 손님들이 다시 찾아올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희에게도 바가지요금을 요구해서 광장시장이 변하기 전에는 이곳을 방문하지 않기로 했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바가지요금을 받을 것이고 내국인들 에게도 물론 비싸기 받겠지만 처음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여전히 바기지요금으로 장사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경동시장은 광장시장에서 차를 이용하면 20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제가 경동시장을 처음 찾았을 때 가장 놀랐던 건 메뉴판에 적힌 가격 이었습니다. 순대 1.5kg에 6,000원, 야끼만두 30개에 1만원, 찹쌀도너츠가 개당 200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와이프도 "이거 10년 전 가격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보니 광장시장에서 같은 양을 사려면 최소 3만원 이상은 지불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경동시장의 저렴한 물가는 도매 거래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도매란 소매점이나 식당 등 사업자에게 대량으로 물건을 파는 거래 방식을 뜻하는데, 경동시장은 예로부터 도매 기능이 강한 시장이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방문했을 때도 캐리어를 끌고 온 손님들이 많았고, 상인들도 대량 구매 고객을 상대로 익숙하게 장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신선식품 가격은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형마트에서 2개에 3,980원 하는 오이가 경동시장에서는 개당 600원, 즉 2개에 1,200원이었습니다. 이는 대형마트 가격의 약 30% 수준입니다. 경동시장 주변의 식자재 마트들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서, 제 지인 중에는 반년 전부터 한 달에 두 번씩 경동시장까지 장을 보러 온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두 시장의 결정적 차이점
광장시장과 경동시장의 가장 큰 차이는 상인들의 장사 철학입니다. 제가 경동시장 상인들과 대화해보니 그들도 광장시장의 바가지요금 논란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 순댓집 사장님은 "우리는 단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 번 온 손님이 다시 찾아오게 하려면 가격도 양도 정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경동시장에서는 대부분의 매장이 카드 결제를 받았습니다. 제가 순대와 김밥, 만두를 포장하면서 카드로 결제하겠다고 하니 상인들이 자연스럽게 카드 단말기를 꺼내들었습니다. 광장시장에서 카드 결제를 거부당했던 경험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결제 수단의 차이가 아니라 투명한 거래를 지향하는 상인들의 태도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두 시장의 구체적인 가격 비교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순대 1인분: 광장시장 8,000원 vs 경동시장 4,000원 (2배 차이)
- 모둠순대 1인분: 광장시장 10,000원 vs 경동시장 6,000원 (1.7배 차이)
- 김밥 20개: 광장시장 추정 15,000원 이상 vs 경동시장 4,500원 (3배 이상 차이)
- 전/튀김류: 광장시장 개당 1,500원 수준 vs 경동시장 개당 200~500원 (3~5배 차이)
이 수치들은 제가 직접 두 시장을 방문해서 확인한 실제 가격입니다. 같은 서울 시내 전통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가격 차이가 나는 건 시장의 운영 방식과 상인들의 가격 정책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릴때는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오는게 너무 좋았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시장에 오면 엄마가 항상 분식을 사 주셨기 때문에 시장에 따라 갔었던 기억이 있어서 지금도 시장에 오면 항상 분식집을 둘러보곤 합니다. 지금은 와이프와 함께 시장에 옵니다.
와이프와 경동시장에 와서 분식집 가격표를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와이프도 가격을 보더니 너무 저렴한것 아니냐고 저한테 물어봤었습니다. 광장시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이곳 경동시장은 저렴하게 판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메뉴판 가격 사진을 찍어서 광장시장 상인들한테 보여주면서 당신들은 너무 비싸게 팔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SNS 시대의 시장 생존 전략
광장시장은 한때 외국인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명소였습니다. 하지만 바가지요금 논란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반면 경동시장은 최근 유튜버들의 영상을 통해 가성비 시장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층의 방문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손님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경동시장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으로 승부하는 게 아닙니다. 오래된 극장을 리모델링한 스타벅스 경동1960 지점과 LG전자가 운영하는 복고 전시장 '금성전파사' 등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문화 공간도 조성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노인들의 홍대'로 불리던 경동시장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시장 내 청년몰에는 20여 개의 가게가 입점해 있고, 봄부터 가을까지 운영되는 옥상 야시장도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공간입니다.
정부가 시장의 가격을 강제로 통제할 수는 없지만, SNS 시대에는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평가가 곧 시장의 생존을 좌우합니다. 광장시장처럼 한 번 나쁜 평판이 퍼지면 회복하기 어렵고, 경동시장처럼 좋은 입소문이 나면 먼 곳에서도 손님이 찾아옵니다. 제가 경동시장에서 만난 한 고객은 경기도 수원에서 매달 두 번씩 이곳까지 장을 보러 온다고 했습니다.
시장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 순식간에 쇠락합니다. 광장시장 상인들이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며 바가지요금을 계속 받는다면, 그 대가는 결국 시장 전체의 몰락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반대로 경동시장처럼 합리적인 가격과 정직한 거래로 신뢰를 쌓는다면, 멀리서도 손님이 찾아오는 지속 가능한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대형마트 대신 경동시장에서 장을 볼 계획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신선도도 좋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정직하게 장사하는 상인들을 응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전통시장이 살아남으려면 결국 고객이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합니다. 바가지요금으로 한 번 벌고 마는 장사가 아니라, 단골을 만들어 오래가는 장사를 해야 한다는 걸 광장시장 상인들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4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