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 대기오염 (미세먼지, 대처 방법, 정부의 대책)

태국 대기오염

저희 부부가 태국 치앙마이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공기였습니다. 공항을 나서는 순간 목 안이 칼칼하고 멀리 보이는 풍경이 뿌옇게 흐려 보였습니다. 처음엔 습한 날씨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호텔로 이동하는 내내 와이프가 계속 기침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치앙마이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권고치의 40배를 넘는 날도 있다고 합니다.

치앙마이 미세먼지, 세계 최악 수준으로 치솟은 이유

2024년 3월 중순, 치앙마이는 전 세계에서 대기질이 가장 나쁜 도시로 기록됐습니다. 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당시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224㎍/m³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 권고치인 5㎍/m³의 무려 44.8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여기서 PM2.5란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미세먼지를 뜻하는데,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로 작아서 폐는 물론 혈관까지 직접 침투할 수 있는 유해물질 입니다.

저희가 여행했던 시기에도 한낮에 멀리 산을 바라보면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연 먼지층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와이프가 제게 "여기 공기 정말 이상한 것 같아"라고 말했을 때, 솔직히 저는 "원래 동남아가 좀 그렇지 않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호텔로 돌아와서 뒷목을 만져보니 거칠거칠한 먼지가 손에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그제야 이게 단순히 습한 날씨가 아니라 심각한 대기오염이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치앙마이의 대기질이 이렇게 악화된 주요 원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치앙마이와 주변 지역에서 농지를 개간하기 위해 농작물을 태우는 관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소각 농법(Slash-and-burn)'이라고 하는데, 땅에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논밭에 불을 지피는 행위입니다. 실제로는 토양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산불 위험만 키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지만, 여전히 많은 농민들이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둘째,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건기인 12월부터 3월 사이에는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이 쉽게 번지고, 이로 인한 연기와 먼지가 대기를 오염시킵니다. 셋째,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도 심각합니다. 특히 노후된 경유차에서 나오는 검은 매연이 도심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출처: WHO 대기질 가이드라인).

1000만 명이 호소하는 건강 이상, 실제 여행자의 대처 방법

태국 정부 기관 발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만 10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대기오염과 관련된 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현지 주민들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체념한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코로나 때 쓰던 마스크에 의존해서 버틴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저희 부부도 평소 마스크를 착용하는 습관이 있어서 태국 여행 내내 KF94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그럼에도 가끔 목이 따끔거리고 눈이 따가울 때가 있었습니다.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단기적으로는 급성 기관지염, 천식 발작, 아토피성 피부염, 안구건조증 등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장기간 노출될 경우에는 심혈관질환, 만성 호흡기질환, 심지어 폐암 발생 위험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임산부, 노인은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저희는 다행히 짧은 일정의 여행이었지만, 한 달 살기처럼 장기 체류를 계획하신 분들은 정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여행자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대처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KF94 이상의 마스크를 넉넉하게 준비해서 실내외 구분 없이 착용합니다. 특히 사람이 많은 시장이나 관광지에서는 필수입니다.
  2. 하루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오면 바로 샤워를 해서 피부와 머리카락에 묻은 미세먼지를 씻어냅니다. 저희는 하루에 두 번씩 샤워를 했습니다.
  3. 실시간 대기질 지수를 확인할 수 있는 앱(IQAir 등)을 설치해서 외출 전에 꼭 체크합니다. AQI(대기질지수) 150 이상이면 야외 활동을 최소화하는 게 좋습니다.
  4. 가능하면 실내 관광지나 에어컨이 잘 갖춰진 쇼핑몰 위주로 일정을 조정합니다.
  5. 물을 자주 마셔서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솔직히 여행 중에는 이런 건강 문제까지 신경 쓰기 싫은 게 사람 마음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마스크 하나만 제대로 챙겨도 여행 후유증이 확연히 줄어듭니다. 저희는 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목이 불편했는데, 마스크 없이 다녔다면 정말 고생했을 겁니다.

태국 정부의 대책과 여행 업계의 현실

2023년 4월, 치앙마이 주민 1700여 명은 정부가 대기오염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자신들의 수명이 5년 줄어들 것이라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태국 행정법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며 "정부가 국민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후 2024년 1월, 태국 의회는 대기오염 원인 제공자에게 배상금을 물리는 내용의 '대기오염방지법' 초안을 승인했습니다.

스레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2024년 3월 치앙마이를 직접 방문해 대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그는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주변국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며 국경을 넘어오는 초미세먼지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농업 폐기물 소각과 산림 화재 예방 조치를 거부하는 국가의 옥수수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여기서 국경 간 대기오염(Transboundary air pollution)이란 한 국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이웃 국가로 이동해 피해를 주는 현상을 말합니다. 동남아시아처럼 국가들이 인접해 있는 지역에서는 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출처: UNEP 대기질 모니터링).

하지만 현지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태국 호텔협회 북부지부는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치앙마이는 관광 수입이 지역 경제의 핵심인데, 대기오염이 장기화되면서 현지 상인들과 호텔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작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정부의 약속과 실제 현장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어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태국 정부가 주변국을 탓하며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물론 국경을 넘어오는 연기와 먼지도 문제이지만, 태국 내부에서 여전히 이루어지는 불법 소각과 느슨한 환경 규제도 근본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더불어 농민들에게 소각 농법을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서 수백 년 내려온 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테니까요.

치앙마이는 여전히 아름다운 도시이고, 저렴한 물가와 평화로운 분위기 때문에 많은 한국인이 찾는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대기오염 문제를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 됩니다.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건기(12월~3월)는 피하고, 우기(5월~10월)에 방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저희처럼 불가피하게 건기에 가야 한다면 마스크와 실시간 대기질 앱은 필수입니다. 아름다운 여행지를 즐기되, 내 건강도 함께 챙기는 현명한 여행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4282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비행기 더러운 곳 (테이블, 좌석 포켓, 화장실 버튼)

제주도 평상 갑질 (6만원, 서울 삼겹살, 관광업계)

제주도 폐업 급증 (물가, 관광객, 숙박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