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관광테마골목 (97억 투입, 동두천, 근본적 문제점)
솔직히 저는 경기도가 97억원을 투입한 관광테마골목 사업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지역 경제를 살리고 특색 있는 골목을 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취지가 좋아 보였거든요. 그래서 직접 동두천 캠프보산 스트리트를 찾아갔는데, 제가 본 현실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사람 하나 없는 텅 빈 거리, 닫힌 상점들, 그리고 이곳이 정말 관광지로 지정된 곳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허술한 모습이었습니다.
97억 투입한 관광테마골목, 현장은 폐허 수준
경기도는 2020년부터 '구석구석 관광테마골목 육성사업'이란 이름으로 매년 6~7곳의 골목을 선정해 지원해왔습니다.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특색 있는 골목을 매력적인 관광 명소로 키워서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것이었죠. 선정된 골목마다 약 1억원 안팎의 사업비가 지원됐고, 4년간 총 92억3000만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저희 부부가 주말에 시간을 내서 찾아간 동두천 캠프보산 스트리트라는 새로 조성된 테마골목을 찾아갔었씁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300m 길이의 상점가는 거의 유령 도시나 다름없었습니다. 10개 가게 중 7~8개가 이미 문을 닫았거나 폐업 상태였고, 오래된 고지서만 덩그러니 붙어 있는 상점도 여럿 보였습니다.
한 가지 좋았던 점이라면 테마골목을 저희 부부가 완전히 독차지하고 걸어다닐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난번에 와이프에게 선물한 무선이어폰 대신에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거리를 활보해도 될 정도로 사람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음악을 틀고 다녀도 민폐가 안되었습니다. 정말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건 관광지로서는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는 여행 테마 거리를 만든 경기도의 행정이 의심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동두천 현지 상인들의 하소연
저희는 돌아오는 길에 동두천에서 유명하다는 닭갈비 음식점에 들렀습니다.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사업의 문제점이 더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사장님 말씀이 정곡을 찔렀습니다. "행정하는 공무원들은 사전조사도 안 하고 행정업무를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사장님이 저희 부부를 가리키며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오늘 첫 손님이면서 마지막 손님이 될 겁니다." 그 정도로 이곳에는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캠프보산 스트리트 상인들에게 경기도 지원 사실을 아느냐고 물어봤을 때도 대부분 "모른다"거나 "뭔가 하긴 한 것 같은데 체감되는 건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사업비 1억원 중 절반 이상이 '두드림뮤직센터'라는 복합시설 리모델링에 쓰였다고 합니다. 이런 방식을 투자 대비 효과(ROI, Return on Investment)라는 지표로 평가하면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ROI란 투입한 예산 대비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가 나왔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업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이 사업의 경우 투입된 예산에 비해 관광객 유입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거의 없다는 뜻이죠.
음식점의 메뉴인 닭갈비 맛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음식의 퀄리티도 좋았고, 음식의 양도 푸짐하게 주셨습니다. 사장님의 진솔한 하소연까지 더해져서 심심하지 않은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여행을 다니면서 항상 좋은 곳만 갈 수는 없다는 걸 압니다. 때로는 정부의 판단 착오로 실패한 여행지도 있죠. 여행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예산 집행 구조의 근본적 문제점
전문가들은 이 사업의 가장 큰 문제로 '예산 분산'을 지적합니다. 작은 예산을 여러 곳에 쪼개서 지급하다 보니 유의미한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했다는 겁니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회 윤충식 위원은 "1억원씩 6곳에 주는 게 아니라 지역을 더 추려내서 더 많은 금액을 집중 투자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선정된 골목들이 받은 예산은 대부분 벽화 그리기, 포토존 조성, 골목 해설 소품 제작 같은 겉치레에 쓰였습니다. 이런 방식을 마케팅 용어로 '하드웨어 중심 접근'이라고 부릅니다. 하드웨어 중심 접근이란 물리적 시설이나 외관 개선에만 집중하고 실제 콘텐츠나 운영 프로그램 같은 소프트웨어는 소홀히 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관광산업에서는 이런 접근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경기관광공사는 4년간 25개 골목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공사는 25억원을 골목 지원에, 67억원을 홍보 등 기타 사업에 썼습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 같은 공식 홍보 채널조차 미미한 실정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별도의 절차가 없다는 점입니다. 성과평가 시스템(Performance Evaluation System)이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은 겁니다. 성과평가 시스템이란 투입된 예산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냈는지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하는 구조를 뜻합니다(출처: 행정안전부).
재정성과연구원 강인재 원장은 "매년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만큼 투자 대비 효과가 나타나는지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그래야 성공요인과 실패요인을 파악해 다음 해 사업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사업지인 고양 높빛고을길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도 이곳은 정말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수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이럴거면 요즘에는 사람들이 카페를 많이 찾아서 여유롭게 커피 마시는것을 즐기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 곳을 분위기 좋은 카페거리로 만들어 버리는게 더 좋을것 같아 보였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와서 기억나는 것은 카페에서 커피향과 잘 꾸며놓은 카페의 인테리어가 전부였습니다.
한 카페 운영자는 "여긴 볼거리도 없고 대중교통도 부족해 외지인들은 잘 안 온다"며 "경기도가 지원해 줬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제가 보기에 경기도는 다음과 같은 개선이 시급합니다:
- 예산을 소수의 잠재력 높은 지역에 집중 투자하고, 성공 모델을 만들어 확산시키는 전략 수립
- 물리적 시설 개선이 아닌 콘텐츠와 프로그램 개발에 예산 배분 확대
- 성과평가 시스템을 즉시 도입하고, 평가 결과를 다음 해 사업에 반영하는 피드백 구조 마련
- 지역 상인과 주민들의 의견을 사업 기획 단계부터 적극 반영
경기도는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실효성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세금 낭비같은 이런 행정업무를 왜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경기도 지역은 넓고 방대합니다. 이 넓은 공간에서 어느 한 지역에만 치우쳐 관광객이 찾지도 않는 관광산업을 개발하고 있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분명히 사업 타당성도 확인했을 텐데 결과가 너무 좋지 않아서 더욱 답답합니다. 관광산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산업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분야가 바로 관광산업이죠. 그러나 지금 정부에서 하고 있는 행정을 보면 전혀 앞을 내다보지 않고 그저 예산을 소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충분히 적은 예산으로도 많은 사람이 찾아올 수 있는 여행 테마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내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요즘 K-문화 열풍을 이용해 외국인 관광객들도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단순히 테마 거리를 조성하는 것으로 끝낼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찾아오게 만드는 관광 상품의 소프트웨어가 절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이제라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5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