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환율 860원대 (약세, 일본여행, 국내여행)
지난 5월 29일, 엔화 환율이 100엔당 866원을 기록하며 최근 6개월 중 최저가를 찍었습니다. 저도 이 소식을 접하고 나서 '이번 여름휴가는 일본으로 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로 국내 엔화 예금 규모는 97억 달러에 육박했고, 환율 상승에 따른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몰렸습니다. 하지만 엔저 현상이 단순히 일본 여행자들에게만 희소식은 아닙니다. 국내 여행업계는 내국인 발길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고, 한일 간 여행 수지와 수출 타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엔화 약세, 왜 계속되고 있나
엔화 환율이 860원대에 안착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계속 미뤄지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제시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실제 물가 상승률이 계속 웃돌면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점을 하반기 이후로 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달러가 강해지니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둘째는 일본은행(BOJ)의 조심스러운 통화정책입니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1%에서 0~0.1%로 올렸는데, 이는 2007년 이후 17년 만의 금리 인상이었습니다. 여기서 기준금리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를 뜻하며, 이 금리가 오르면 시중에 풀린 돈이 줄어들고 통화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상 폭이 0.1~0.2%포인트(p)에 불과했고, 4월 26일 회의에서는 추가 인상 없이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엔화는 여전히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이 달러 강세에 있는 만큼,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선행되어야만 엔화 가치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출처: 한국은행). 한국은행 동경사무소도 "최근 일본은행의 인식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대외 여건 변동에 따라 정책 시기에 대한 시장 예상이 상당 폭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여행, 정말 저렴해졌을까
엔화 약세로 일본 여행 부담이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제가 직접 도쿄에 다녀왔을 때, 현지 라멘 가격이 우리나라 일본식 라멘집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조금 저렴하게 느껴졌습니다. 환율 덕분에 체감 물가가 낮아진 효과였죠. 다만 일본의 실제 물가 수준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편입니다. 환율이 좋다고 해서 모든 게 저렴한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희 부부는 일본 여행 중에 가성비 좋은 물건들을 여러 개 샀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정리해보니 일부는 구매한 기억조차 나지 않더군요. 환차익(환율 차이로 얻는 이익)을 기대하며 충동구매를 한 건데, 나중에 보니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다행히 비싼 물건은 하나도 없었지만, 저희는 그 이후로 여행지에서 물건을 사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일본 여행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일본으로 잡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여행업계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민국 숙박세일 페스타' 일정을 한 달가량 앞당긴 것도 내국인 여행 수요를 붙잡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됩니다.
엔화 환율이 낮아지면서 환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엔화 예금에 몰렸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거주자 엔화 예금 잔액은 97억 1천만 달러로 전월 대비 1%(1억 1천만 달러) 감소했지만, 엔·달러 환율 상승을 고려하면 실제 예금 규모는 2% 증가한 셈입니다. 여기서 외화예금이란 원화가 아닌 외국 통화로 예금하는 것을 뜻하며,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 환산 금액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문제는 엔화 환율이 언제 다시 오를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일본은행이 조기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고,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따라 엔화 가치가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제로금리 제약과의 싸움 종식이 시야에 들어왔다"고 밝히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엔화 예금을 환차익 목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일본 여행 경비 마련 용도로 활용하는 게 더 합리적입니다. 솔직히 환율 예측은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영역이고, 일반인이 단기 차익을 노리기엔 리스크가 큽니다. 저희도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리 엔화를 조금씩 모아두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국내여행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엔저 현상이 지속된다고 해도, 저희 부부는 주로 국내 여행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주말이면 가까운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 계획을 짜는데, 장거리 이동이 필요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제가 운전을 하다 보니, 지방까지 멀리 이동하면 피로가 쌓여서 여행의 질이 떨어지더군요. 실제로 경기도 곳곳에는 숨은 명소가 많아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큰 결심을 하고 멀리 여행을 하기로 했었습니다. 와이프와 한겨울에 강원도에서 하룻밤을 숙박하고 그 다음날 백담사를 방문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백담사는 깊은 숲속에 위치하고 있어서 전용 버스를 타고 절벽 옆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백담사 앞 개천은 겨울이라 얼어붙어 있었고 그 주변에 수백 개의 돌탑이 쌓여 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백담사에 도착해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곳에서도 설악산을 오를수 있는 등산코스가 있다는걸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와이프와 다음에는 설악산에 등산을 하기로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백담사 내부는 고즈넉하고 고요한 분위기였고, 절에서 마신 커피 한잔은 우리에게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는 일본보다 우리나라에 볼거리와 먹거리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일본을 간다고 해서 매번 새로운 장점을 발견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지방 곳곳의 명소를 찾아다니는 게 훨씬 더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국내 여행의 장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동 시간이 짧아 체력 소모가 적고, 여행 자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 언어 장벽이 없어 현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불편함이 거의 없습니다.
- 환율 걱정 없이 예산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이 낮습니다.
- 계절별로 다채로운 풍경을 즐길 수 있어, 같은 장소도 방문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엔화 환율이 860원대에 안착하면서 일본 여행 수요는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하지만 환율만 보고 무작정 일본행을 결정하기보다는, 본인의 여행 스타일과 목적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국내 여행의 매력을 더 높이 평가하지만, 일본 문화나 음식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지금이 좋은 기회인 건 분명합니다. 다만 여행지에서 충동구매는 자제하시고, 정말 필요한 것만 구매하시길 권합니다. 저희처럼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말이죠. 올여름 휴가를 어디로 떠나든, 여행 자체를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5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