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가족여행 (한독의약박물관, 방탈출 체험, 주변)
주말마다 아이들과 어디 갈까 고민하시나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다 충북 음성에 있는 한독의약박물관을 알게 됐는데, 무료 입장에 방탈출 게임까지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솔직히 반신반의 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다녀온 지금, 이건 정말 숨은 보석 같은 곳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물관 관람과 체험학습,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추리 게임까지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왜 한독의약박물관일까요?
한독의약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의약 전문 박물관입니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의약 관련 유물만 2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건 단순히 숫자가 많다는 게 아니라 동서양 의학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랐던 건, 과거 전통 한약방의 모습을 실제 크기로 재현해 놓은 전시였습니다.
박물관은 2층부터 관람을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한국 전시실에서 시작해서 국제 전시실, 한독 역사실, 생명 갤러리, 제석홀 순서로 돌면 의약의 발전 과정을 시간 순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순서를 몰라서 1층부터 시작했다가 다시 올라가느라 좀 헤맸는데, 여러분은 꼭 2층부터 시작하세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페니실린 관련 전시였습니다. 페니실린(Penicillin)이란 1928년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항생제로, 인류 의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입니다. 이 전시를 보면서 과거에는 간단한 상처 감염으로도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현대 의학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무료 방탈출 체험과 약 만들기
솔직히 박물관에서 하는 방탈출 게임이라고 해서 큰 기대는 안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안내 데스크에서 '비밀노트'를 받으면 그때부터 1시간 동안 미션을 수행하게 됩니다. 리얼 월드라는 앱을 설치하고, 닥터 H라는 캐릭터의 지령을 따라가며 궁극의 명약을 찾는 스토리입니다.
방탈출 콘텐츠(Escape Room Content)란 주어진 공간에서 단서를 찾고 퍼즐을 풀어 미션을 완수하는 체험형 게임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방탈출 카페에서 즐기는 이런 게임을, 박물관이라는 교육 공간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난이도이고, 저희 부부도 아이들과 함께 추리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시물을 관람하게 됩니다. 그냥 보고 지나쳤을 유물들을 미션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그 시대 배경과 유물이 만들어진 이유까지 공부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똑똑한 교육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게임하듯 즐기고, 부모는 교육적 효과까지 챙길 수 있으니까요. 모든 미션을 성공하면 수료증도 받을 수 있는데, 아이들이 이걸 정말 뿌듯해 했습니다.
한독의약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저희는 '사랑의 묘약 만들기'와 소화제 만들기 체험을 신청했는데, 특히 사랑의 묘약 만들기가 아이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실제로 약을 만드는 건 아니고 비타민을 이용해서 제조 과정을 체험하는 거지만,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포장까지 해보니까 정말 신기해 했습니다.
제약 공정(Pharmaceutical Process)이란 원료 의약품을 혼합하고 가공해서 최종 의약품으로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평소에는 그냥 약국에서 구입 했는데, 이렇게 직접 만들어보니 약 하나를 만드는 데도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고 직접 묻지 않는 편입니다. 대신 이렇게 다양한 직업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는데,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나중에 진로를 선택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한약 포장 체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한약방에서 약재를 달아서 한지에 싸던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건데, 조상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궁금했습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어떻게 이 많은 약초의 효능을 알아냈을까요? 동의보감을 쓴 허준 선생은 어떻게 그 방대한 의학 지식을 정리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박물관 관람이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생각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체험 프로그램은 한독의약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할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인기가 많아서 자리가 빨리 차니까 최소 일주일 전에는 예약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아래 링크에서 자세한 프로그램 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한독의약박물관).
주변에 또 갈 만한 곳이 있을까요?
한독의약박물관만 보고 가기엔 아쉽다면, 주변 명소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음성에는 운곡서원과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 같은 문화재가 있어서 당일치기 여행 코스로 엮기 좋습니다. 저희는 박물관을 보고 운곡서원에 들렀는데, 조용한 분위기에서 산책하기 정말 좋았습니다.
박물관까지 가는 길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음성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가는 동안 가족들과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요즘은 다들 바빠서 대화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렇게 차 안에서 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니까 좋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여행의 진짜 의미는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비싼 곳을 가는 것보다,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대화하고 추억을 만드는 것 말이죠.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박물관 근처에 식당이 많지 않으니 점심시간을 피해서 방문하거나 미리 식사를 하고 가는 게 좋습니다. 저희는 이걸 몰라서 근처 식당을 한참 찾아다녔거든요. 박물관 내부에 간단한 휴게 공간은 있지만 음식을 판매하진 않으니 참고하세요.
가장 좋았던 점은 역시 관람료가 무료라는 겁니다. 요즘 어디를 가도 입장료가 만만치 않은데, 이렇게 알찬 내용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습니다. 박물관에 와서 선물까지 받고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주말에 아이들과 어디 갈까 고민하신다면, 한독의약박물관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교육과 재미, 그리고 가족 간의 소통까지 한 번에 챙길 수 있는 곳이니까요.
이번 방문을 통해 저희 가족은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고, 저희 부부에게는 좋은 추억이 됐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짜 행복은 이런 소소한 순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주말, 여러분도 가족과 함께 음성으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3801